누군가 제게 국내에서 여행하기 좋은 곳을 물어본다면, 저는 국내 사찰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우리나라에는 그만큼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한 절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오늘은 남편, 저희 부모님과 함께 다녀온 전라남도 화순군에 위치한 운주사(대한민국 사적 제312호)를 소개하고 싶어요.
화순 운주사지
저희는 남편의 외할머니 댁과 저의 외할머니 댁에 인사를 하러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운주사가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잠시 들려서 구경을 했어요. 운주사는 생각보다 아주 평화롭고 고즈넉한 공간이었어요. 저희 가족은 운주사에서 2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어요.
천불산(千佛山)에 위치한 운주사(雲住寺)는 한자 뜻 그대로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운주사(運舟寺)라고도 쓰여 '배를 움직인다'는 뜻도 가지고 있어요.
운주사 홈페이지를 보면 운주사가 세워진 전설은 크게 3가지로 전해지고 있어요.
하나, 도선국사(道詵國師)가 하룻밤 사이에 천불천탑을 세웠다는 설.
둘, 운주(雲住) 스님이 주도해서 세웠다는 설.
셋, 마고 할미(세상을 창조한 신)가 세웠다는 설.
이 중에서 통일신라말, 도선국사가 풍수지리에 기반하여 비보(裨補) 사찰로 세운 이야기가 가장 널리 전해지고 있고, 이곳의 지형이 배(舟)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배의 돛대와 사공을 상징하는 천탑과 천불을 세웠다고 해요. 하지만 여러 역사적 사료를 통해 고려초에 건립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실제로 운주사를 둘러보면 정말 천 개의 탑과 천 개의 불상이 있을 수도 있게다 싶을 정도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탑과 불상이 사찰의 곳곳에 놓여있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더라고요.
운주사를 들어가는 초입부에는 긴 길을 따라서 탑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어요.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탑들이 놓여 있었고, 걸어가는 내내 굉장히 많은 탑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연탄했어요.
운주사를 들어가는 길을 따라 놓인 탑들은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삼층 석탑)이나 다보탑처럼 완벽한 비례와 균형미를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 형태와 모양이 제각각 다르고 자유분방한 특징이 있었어요. 정교한 가공 방식이나 완벽한 균형미를 띄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자연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극대화하는 것 같았어요.
운주사 안에는 탑뿐만 아니라 불상도 이곳 저곳 굉장히 많이 놓여 있어서, 왜 천불산(千佛山)이라고 불리는지 깨달음이 올 정도였어요. 불상 역시 정교하다거나 비례와 균형미를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이쪽저쪽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수많은 불상을 마주한다는 사실에 경건한 마음이 들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납작한 형태의 불상이 많았지만 모두 어딘가에 기대어 세워져 있는 특징이 있었어요.
운주사는 고려초에 건립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당시 천불, 천탑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했을지 상상할 수가 없네요.
『동국여지지 東國輿地志』에 고려 혜명(惠明)스님이 1,000여 명과 함께 천불천탑을 조성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혜명스님은 970년(광종 21)에 관촉사 대불을 조성한 혜명(慧明)스님과 동일인으로 보고 있어 운주사가 고려초기에 건립되었음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출처 : 운주사 홈페이지) |
걷다보니 이렇게 집 모양의 감실 안에 남쪽과 북쪽 양쪽 방향으로 가부좌를 하고 있는 불상을 만날 수 있어요. 다른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없던 형태라 가족들 모두 흥미롭게 둘러봤었는데, 불상을 모시기 위해 만든 집, 방의 형태를 띤 석조불감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운주사의 꽃, 부부 와불(臥佛, 누워있는 불상)을 보기위에 한참을 계단을 따라 산을 올라갔어요.
운주사가 지어질 때 천불 천탑이 모두 세워지는 날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믿었다고 해요. 그런데 새로운 시대가 왜 열리지 못했을까요? 이 부부 와불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이 하나 있어요.
도선대사가 하늘에서 석공을 불러 하룻밤 사이에 천 개의 불상과 천 개의 탑을 만들도록 지시했어요. 석공이 마지막 천 번째 불상을 만들고 있는데 수발을 들던 동자승 하나가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꼬끼오'하고 닭 우는 소리를 냈고, 석공은 하루가 지난 줄 알고 하늘로 돌아가는 바람에 마지막 불상을 세우지 못하고 누운 채로 남겨두었다고 해요. 그게 바로 운주사의 와형 석조 여래불(부부 와불)이에요.
실제로는 부부 와불을 만든 커다란 암반을 깎아서 세우다가 부러질 것을 염려해서 그대로 둔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 같아요.
두 눈으로 본 부부 와불은 굉장히 크고 압도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진을 찍을 때도 한 화면에 잘 안담길 정도였어요. 그리고 사진처럼 위쪽 산책로로 올라와서 부부 와불을 내려다 보면, 참 사이가 좋은 부부 같아 보여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네요.
▶ 주소 : 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 19-2
▶ 운영 시간 : 하계 07:00 ~ 19:00, 동계 07:00 ~ 18:00
▶ 입장료 : 무료 (현재 전국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폐지됨)
▶ 무료 주차
▶ 연락처 : 061-374-0660
▶ 운주사 홈페이지 : https://www.unju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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