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냈던 미술사학자 최순우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제목으로 더 많이 알려진 부석사 무량수전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한국사람이라면 부석사 무량수전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것 같아요. 제가 부석사에 다녀온 지 3~4년 정도 됐는데, 요즘 같이 가을 단풍이 드는 10월~11월에 방문하면 정말 좋다고 해서 그날의 기억을 풀어보려고 해요.
부석사(浮石寺)
어느 겨울날이었어요. 부모님과 거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부석사를 가고 싶어 졌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저희 가족은 바로 영주 부석사로 향했어요.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에서 기대 이상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기쁨을 알게 된 날이었어요.
부석사는 소백산 국립공원의 봉황산 중턱에 자리한 사찰로, 676년 신라 문무왕(재위 661~681)이 의상대사(義相大師)에게 명하여 지은 화엄종 사찰이에요.
부석사가 세워지기까지에 관해 ‘ 삼국사기 ’ 에는 고승 의상이 임금의 뜻을 받들어 부석사를 창건했다는 내용이 전하며 삼국유사에는 “ 의상이 태백산에 가서 조정의 뜻을 받들어 부석사를 세우고 대승교(대승불교)를 포교하니 영감이 많이 나타났다 ” 고 전한다. (출처 : 부석사 홈페이지) |
부석사(浮石寺)는 '땅에서 뜬 돌'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할 당시에 얽힌 설화가 『송고승전』을 통해 전해지고 있어요.
의상대사는 661년 화엄학을 공부하기 위해 당나라로 유학을 갔고, 10년간 화엄의 도리를 배우며 깨달음을 얻어 신라로 돌아가기 위해 귀국길에 올랐다고 해요. 당시 의상대사를 연모했던 선묘(善妙)라는 여인이 의상대사가 신라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뒤쫓아갔지만 이미 배가 떠난 뒤였어요. 바다에 몸을 던진 선묘는 용으로 변해 의상대사가 탄 배를 호위하며 신라로 왔다고 해요. 그리고 이후에 왕명을 받은 의상대사가 봉황산 기슭에 절을 지으려고 했는데, 주변에 살던 많은 도적떼(혹은 이교도)가 방해를 했고, 이때 선묘 신룡이 나타나 바위를 공중에 들어 올려 도적떼(이교도)가 놀라 도망가게 도왔다고 해요.(혹은 선묘가 바위로 변해 날아다니면서 도적떼를 물리쳤다고도 전해져요.)
이때 들어 올려진 돌을 '부석(浮石)'이라고 불렀고, 사찰의 이름도 부석사(浮石寺)로 불리게 됐다고 해요. 부석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는 무량수전을 바라보고 서쪽 뒤편에 있어요.
부석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입구를 지나 일주문(一柱門)을 따라 난 길을 걷다 보면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과 편안한 마음이 어느새 찾아와요. 천왕문(天王門)을 지나 비탈진 산길을 오르다 보면 무량수전 바로 앞에 세워진 2층 누각 건물인 안양루(安養樓)를 만날 수 있어요.
사찰이 여러 개의 문을 지나도록 설계된 이유는 사람들이 하나의 문을 지날 때마다 세속의 번뇌를 하나씩 내려놓고, 깨끗이 정화된 마음으로 부처님이 계신 곳(무량수전, 대웅전 등)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거라고 해요.
안양루가 원래 단청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무 본연의 색이 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겨울 풍경과 잘 어울렸어요. '극락'을 뜻하는 안양루 밑을 지나 계단을 오르며 천천히 고개를 들면, 드디어 "와아......"하고 입을 벌린 채 무량수전을 마주하게 돼요. 신기하게도 문을 지나 올라온 사람들이 정말 하나같이 다들 "와..." 하더라고요. ㅎㅎㅎ
어둡고 낮은 안양루의 누각 밑을 걷다 보면 시야가 무척 좁아지는데, 주변이 어둡게 차단된 채로 좁은 문을 지나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무량수전이 눈에 한가득 담기면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더라고요. 이 경험은 실제로 가서 직접 눈으로 봐야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부석사에 한 번쯤은 꼭 다녀와 보시길 추천드려요.
무량수전은 웅장하거나 화려해서 시선을 쏙 빼앗는 건축물은 아니었어요. 소담하면서도 단아한 매력을 갖고 있는 무량수전은 시간을 두고 보면 볼수록 중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건축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화려한 건축물보다 이렇게 절제된 균형미를 집약해 보여주는 건축을 볼 때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사찰 건축의 양식
간략하게 사찰 건축의 양식들을 살펴보면, 무량수전은 여덟 팔(八) 자 모양의 팔작지붕 모양을 하고 있고, 지붕의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는 구조는 주심포 양식으로 간결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기둥의 모양은 기둥 중앙부의 직경이 가장 크고, 기둥의 위쪽과 아래쪽으로 갈수록 직경이 점점 작아지는 형태를 가진 배흘림기둥 양식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루면서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거겠죠?
무량수전의 청아한 아름다움에 반해 옆에서 뒤에서 막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현장에서만 느껴지는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다른 분들도 직접 가서 느껴보셨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부석사를 내려오면서 발아래 펼쳐진 풍경은 마치 제가 하늘 길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어요. 부처님이 바라보는 세상 풍경을 제가 같이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켜켜이 중첩된 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척 가볍고 즐거웠어요.
▶ 주소 : 경상북도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 입장료 : 무료 (현재 전국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폐지됨)
▶ 무료 주차
▶ 연락처 : 054-633-3464
▶ 부석사 홈페이지 : http://www.pusoksa.org
부석사 식당 : 자미가
사실 저희는 부석사에 도착하자마자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자미가라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부석사를 구경했어요. 관광지 앞이라 맛은 기대 안 하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푸짐하고 맛있게 식사를 했어요. 혹시 부석사에 가셨는데 배가 고프다면 부석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시고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주소 :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11 자미가 식당
▶ 연락처 : 054-633-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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