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있는 해동 용궁사를 아시나요?
15년 전쯤 친척 동생과 부산 여행 중에 갔던 해동 용궁사가 참 예뻤다는 기억이 있었요. 부산 여행을 준비하면서 용궁사가 어느 지역에 있나 찾아봤어요. 저희가 부산 숙소를 기장군 쪽에 예약했는데, 마침 숙소에서 자동차로 10~15분 거리에 용궁사가 있더라고요.
"너무 잘됐다." 싶은 거 있죠? 호텔에서 조식을 먹은 후, 소화시킬 겸 설레는 마음으로 용궁사로 출발했어요.
해동 용궁사
기존에 갔던 절들과 달리 해동 용궁사는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절이더라고요. 용궁사는 1970년대에 탁트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지어진 꽤 신생절이예요. 용궁사 홈페이지에는 1300년대에 처음 지어졌다고 언급하지만 역사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서 논란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어서 인지 외국인 관광객과 주말을 맞아 놀러 온 내국인들이 북적북적하더라고요. 저희가 또 1월 초쯤 놀러 갔더니 새해에 좋은 기운을 받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온 듯했어요.^^
용궁사 앞쪽에 주차장이 길고 넓게 있어서 차량을 주차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어요. 주차장 사진은 못찍었는데, 용궁사를 한 바퀴 둘러보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렸고, 주차비는 3,500원 결제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용궁사로 걸어 들어갈게요!
1. 입구
용궁사 앞쪽에는 관광 상품과 간식거리를 파는 길이 있고, 그 길을 쭉욱 따라서 올라오다 보면 이렇게 십이지신상이 일렬로 서 있는 길이 나와요. 많은 분들이 자신에게 해당하는 십이지신상을 찾아서 석상 위에 동전을 올리며 소원을 비는 것 같았어요. 저희 아빠도 까치발까지 들며 석상 머리 위쪽에 동전을 올리시는데, 어찌나 귀여우셨는지 몰라요.ㅎㅎ
그렇게 십이지신상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이렇게 '한가지 소원은 꼭 이루는 해동 용궁사'라는 거대한 표지석이 등장합니다. 저는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는'이라는 글귀가 절을 설명하는 문구라기엔 너무나 모순적이라는 생각에 살포시 웃음이 나왔어요. ㅎㅎ
불교의 가르침은 탐욕을 버리고 비움을 실천하고자 하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소망과 소원을 가지고 절을 찾잖아요? 저희도 그 마음을 알고 있어서 인지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각자 마음속에 소원 하나씩 품고 그것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절로 들어갔어요. 저희도 어쩔 수 없는 세속의 인간인가 봐요. 하하하.
2. 일주문
커다란 탑 뒤로 보이는 일주문(一柱門)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서서히 동해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요. 이때가 가장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계단은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금세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해궁사가 한 들어와요.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절의 모습이 다시 봐도 너무 아릅답더라고요.
3. 절 내부(대웅보전, 해수관음대불 등)
대웅전으로 가는 길에 다리 위에서 동전을 던지는 공간이 있는데, 바닥에 동전이 진짜 많더라고요. 저희 가족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가지고, 가지고 있던 동전 몇 개를 던지며 바구니 안으로 넣으려고 애썼지만 깔깔깔 웃으며 끝났어요.ㅎㅎ
매년 20억씩 쌓인다는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은 가톨릭 교회의 자선단체에 기부된다던데, 이곳은 어떻게 쓰이는지 잘 모르겠네요~
절 중앙에는 대웅보전(大雄寶殿)이 있는데, 다른 절들에 비해 대웅보전이 너무 관리가 안 되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웅장한 느낌은 없었어요. 그리고 대웅보전 뒤쪽 계단을 오르다 보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해수관음대불(海水觀音大佛)을 만날 수 있어요.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인자한 모습의 관세음보살님이 만인의 평안을 빌어 줄 것 같은 느낌으로 계시더라고요.
대웅보전 앞쪽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절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지더라고요.
용궁사를 15년 전 처음 왔을 때는 바다와 붙어있는 절의 절경에 반했었다면, 두 번째 다시 온 용궁사는 절 안에 학업성취를 바라는 공간, 소원을 이뤄주는 약수, 소원을 비는 동전 던지는 곳, 소원을 쓰는 종이 등등 사람들의 욕심을 자극하는 공간이 곳곳에 있어서 좀 정신이 사납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소원을 이루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는 공간이 너무 많아서 좀 찝찝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런와중에도 재미있었던 건,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쓴 종이가 절 곳곳에 수천, 수만 개가 달려있는데요. 지나가면서 천천히 하나씩 읽어보니 정말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외국인도요.^^
결국 나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평안한 삶을 바라는 것이 사람들의 소소하면서도 제일 중요한 바람인 것 같아요. 중간 중간 너무 웃긴 소원도 많았는데요. 어떤 분은 "00구역 재개발 되게 해주세요"라고 쓰셨더라고요. 그 간절함에 얼마나 웃음이 나왔는지 몰라요. 그분이 사는 곳에 재개발 소식과 함께 평온함이 오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ㅎㅎ
아무튼 다른 사람들의 무수한 소원들을 스치듯 읽으면서 미소가 나오는 시간이었어요.
부산 여행을 가신다면, 아침 해돋이를 보러 가거나 맛있는 식사 후에 산책 겸 절경을 구경하러 해동 용궁사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눈요기하러 용궁사에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해동 용궁사 주소 : 부산광역시 기장군 용궁길 86
'여행 > 국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라북도 완주 여행 : 아원 고택 1박 2일 & 조식 (34) | 2024.03.20 |
---|---|
이케아 광명 레스토랑(푸드코트) & 쇼핑 & 주차 (4) | 2024.03.11 |
부산 숨은 맛집 : 송정에 있는 "완도 횟집" (2) | 2024.02.15 |
부산 여행 : 아난티 앳 부산 빌라쥬 호텔 & 조식 후기 (4) | 2024.01.15 |
경북 여행 : 영주 부석사(浮石寺) 무량수전(無量壽殿) (2) | 2023.10.07 |